제목: 그린 북
개봉: 2019.01.09
감독: 피터 패럴리
출연: 비고 모텐슨, 마허 샬라 알리
해결사 백인과 피아니스트 흑인의 만남
1962년, 주인공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뉴욕 브롱스의 나이트클럽 종업원이자 지저분한 일을 처리하는 해결사로 그 바닥에서 평판이 높다. 가족은 아내 돌로레스(린다 카델리니)와 두 아들이 있고, 이탈리아계 미국인 집안답게 일가친척이 모두 가깝게 지내고 있으며, 인종차별의 면모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클럽이 두 달간 문을 닫게 되자 토니는 생계를 위해 푸드 파이팅을 하거나 시계를 전당포에 맡겨 돈을 마련해야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8주 간의 미국 남부 전역 순회공연 예정인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 샬라 알리) 박사의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에 채용된다. 처음엔 셜리가 옷 다림질과 구두닦이 등의 시중까지 들어줄 집사를 원하자 토니가 그건 못 하겠다며 박차고 나간다. 하지만 셜리는 여러 곳에서 하나같이 당신을 추천했다며 그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고 매너 있게 아내 돌로레스에게 직접 허락까지 맡으며 채용하기에 이른다.
켄터키 치킨으로 가까워지는 두 사람
토니는 공연 기획사 담당자에게 그린 북을 건네받고서 베이시스트 올레그, 첼리스트 조지와 함께 투어를 시작한다. 하지만 토니와 셜리 두 사람은 성격, 취미 등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 첫 만남부터 계속 다투게 된다. 셜리는 행사에 함께 해야 할 토니의 불량한 태도와 말투 등을 고쳐주려 하지만 토니는 남들이 싫어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며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토니는 자기가 맡은 일에는 충실해서 스타인웨이 피아노로만 공연하는 셜리를 위해 공연장 담당자를 꾸짖으며 낡아빠진 피아 노를 기어이 바꿔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후 토니는 켄터키 주를 지나다 진짜 켄터키 치킨을 발견하고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다는 셜리를 설득해 켄터키 치킨을 먹게 한다. 셜리는 처음엔 치킨을 먹길 꺼리지만 한 번 맛보고는 토니가 하나 더 주자 군말 없이 받아 든다. 반대로 셜리는 문법과 문맥이 엉망인 채로 돌로레스에게 편지를 쓰는 토니를 위해 셰익스피어 문장과 같은 아름다운 글을 쓰게 도와주고 이탈리아계 특유의 짧은 발음들을 교정해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둘은 서로의 방식을 받아들이며 가까워진다.
세상을 향해 울부짖다
하지만 미국 남부 지역에 만연한 인종차별은 순회공연 내내 셜리를 괴롭히게 된다. 바에서 백인 양아치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거나 양장점에서 흑인은 정장을 사기 전에 입어보는 건 안 된다고 거절당하거나 저택 화장실 대신 야외에 있는 푸세식 화장실을 쓰라는 말을 말을 듣기도 한다. 토니는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 셜리에게 나한테 저랬으면 바로 머리통을 쏴버렸을 것이라며 감탄을 표하는데 셜리는 차별의 벽을 깨고 싶은 마음으로 북부 지역이 아닌 남부 지역을 선택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빗길에 불시검문을 받게 되는데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도 모자라 이탈리아 이민자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던지는 백인 경관을 토니가 못 참고 폭행해버리면서 둘은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다.
겨우 전화 한 통화를 사용할 권리를 얻게 된 셜리는 알고 지내던 바비 케네디에게 전화를 하게 되고 주지사가 경찰서장에게 전화하면서 겨우 풀려날 수 있게 된다. 위기를 벗어나 예정된 공연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차 안에서 셜리는 전혀 기뻐할 일이 아니라며 토니에게 화를 내고 난 평생 흑인 차별을 당해왔는데 당신은 그걸 못 참냐며 강하게 다그친다. 이에 토니는 겉만 흑인이지 전혀 그들을 모르고 어울리지도 못하는 당신보다는 밑바닥 삶을 살아온 내가 더 흑인에 가깝겠다고 대꾸한다. 이에 폭발한 셜리는 차에서 뛰쳐나가고, 돌아오라는 토니의 말에 셜리는 울먹이며 내가 흑인답지 못하고, 백인답지 못하고, 남자답지도 못하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울부짖는다.
즉흥 연주 & 메리 크리스마스
드디어 투어의 마지막 공연 날. 역시나 그 곳의 지배인은 디너쇼의 메인 연주자 셜리를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곳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수 없다고 제지한다. 셜리는 토니에게 당신이 원하면 괜찮으니 공연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토니는 마지막 공연을 망칠 경우 예정된 보수를 다 받을 수 없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셜리를 데리고 그 재수 없는 백인 클럽을 박차고 나간다. 결국 둘은 근처 허름한 흑인 클럽에 들어가 즐겁게 소울푸드를 먹어치운다. 그리고 토니가 바텐더에게 여기 유명 피아니스트가 있다며 즉흥 연주를 제의하면서 분위기를 띄워줬고, 오직 스타인웨이 피아노로만 연주하던 셜리는 클럽 무대의 낡아빠진 피아노로 가서는 모두가 이목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상적인 연주를 하게 된다. 재즈 퍼커션들이 즉흥 연주에 동참하며 클럽의 모든 사람들이 즐기면서 한바탕 파티가 벌어지고 토니는 그러한 셜리를 보며 아주 기쁜 듯이 웃는다. 기어이 크리스마스이브에 맞춰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두 사람. 토니의 집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를 위해 온 친지, 가족이 모두 모여 잔치상을 차렸다. 토니는 같이 가자고 제안하지만 셜리는 거절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온 셜리는 혼자서 크고 아름다운 자신의 의자를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에 빠진다. 토니 역시 아쉬운 마음에 가족과의 식사자리에서 말이 적었고 겨우 순회공연 중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던 찰나 뒤늦게 찾아온 전당포 주인인 찰리 내외를 맞이하는데, 문 뒤편에 바로 셜리가 있었다. 뜨거운 포옹과 함께 함께 가족들에게 셜리를 소개하고, 가족들은 아주 잠깐 당황했지만 모두가 셜리를 환대한다.
리뷰 - 겨울에 켄터키 치킨과 함께 하고픈 영화
비고 모텐슨이라는 배우는 반지의 제왕 주인공으로 나와서 잘 알고 있었지만 셜리 역의 마허 샬라 알리는 처음 보는 배우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내 맘속에 자리 잡았다. 그만큼 이 영화 그린 북에서의 연기는 탁월했다. 흑인 클럽에서의 즉흥 연주 씬도 정말 좋았지만 가장 크게 마음을 움직였던 장면은 쏟아지는 빗 속에서 "나는 흑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니고, 도대체 뭐냐"며 울부짖는 장면이었다. 비가 온 몸과 온 얼굴에 떨어져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지는 그의 그렁그렁한 눈과 한 번도 큰 목소리를 낸 적 없던 그가 절규하며 토해내던 그 대사들을 도저히 잊을 수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조금은 각색하여 만들어진 영화고 아카데미 작품상과 셜리 역의 마허 살랴 알리는 남우조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겨울에 켄터키 치킨과 함께 다시 보고 싶은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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