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래비티
개봉: 2013.10.17(한국 기준 개봉일)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
허블 망원경의 통신 패널을 수리하던 라이언 스톤, 하버드 대학교 출신 항공 엔지니어 샤리프, 우주 왕복선 익스플로러 호 조종사 맷 코왈스키까지 이 세 사람은 이제껏 임무를 무난히 수행하고 있었다. 스톤은 패널 수리 중 볼트를 놓칠 뻔도 하고 샤리프도 EVA를 하러 밖에 나오고 하는 와중에 우주센터가 러시아에서 자국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폭파시켰다는 소식을 전하지만, 이미 예고했던 상황이고 위성 폭파로 인한 잔해물도 궤도가 다르다며 그들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이때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는 곧 다른 인공위성들과 충돌하며 연쇄 효과를 일으키고, 위험한 상황임을 감지한 우주센터에서는 임무를 취소하고 긴급 귀환하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스톤이 허리끈을 풀지 못해 시간을 지체하던 중 우주센터에서 알려준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인공위성의 잔해들이 빠르게 다가와 그들을 덮친다. 날아오는 잔해물이 하나둘씩 눈에 보이는 와중에 EVA 중이던 샤리프의 얼굴에 잔해물이 정통으로 박혀 사망하게 되고, 점차 잔해들이 허블 망원경과 우주 왕복선에 박히기 시작한다. 스톤이 타고 있던 우주 왕복선의 매니플레이터가 부러지면서 튕겨져 나가고, 스톤은 탈출하기 위해 고리를 풀어 단신으로 공간에서 회전하면서 멀리 떨어져 나간다. 회전하면서 해가 진 지구 쪽으로 가는 바람에 어두워 앞뒤 구분을 못하게 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방위각과 손전등 불빛을 이용해 코왈스키와 통신한다. 코왈스키는 우주 유영 장비로 스톤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심시키고는 양쪽의 우주복을 케이블로 연결하고 다시 우주 왕복선으로 돌아오면서 샤리프의 시신을 거둔다. 우주 왕복선의 조종실 쪽 내부는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내부의 승무원들은 왕복선이 파괴되면서 우주 공간에 맨 몸으로 노출되어 얼어 죽었다.
생존을 위한 발버둥
두 사람은 생존자가 자신들밖에 없음을 확인하고 우주 왕복선과 가까이 있는 ISS로 이동해서 소유즈를 활용해 지구로 귀환하기로 한다. 그러나 ISS도 익스플로러보다는 멀쩡하더라도 잔해물에 당한 상태였다. 다행히 ISS 본 모듈은 큰 피해를 받지 않았지만, 소유즈 두 대 중 하나는 승무원들이 탈출하는 데 사용됐고, 나머지 하나는 완파되진 않았지만 탈출용 소유즈가 피해를 입어서 외벽이 손상되고 발사된 낙하산이 ISS에 엉켜 있었다. 이를 본 코왈스키는 ISS의 소유즈로 중국 우주정거장 텐궁으로 이동해서 그곳의 탈출용 우주선을 사용하자고 말한다. 그런데 코왈스키와 스톤이 ISS에 다가가던 중 제트팩 연료 부족으로 충분히 속도를 줄이지 못해 ISS에 안착하지 못하고 공간으로 밀려난다. 스톤은 다리가 소유즈에서 풀려나온 낙하산 줄에 꼬이면서 ISS에서 떨어진 곳에 정차하나, 스톤과 케이블로 묶은 코왈스키는 이러다간 줄이 풀려 다 죽을 거라며 케이블 연결 고리를 풀고 우주로 멀어져 간다. 그리고 무선으로 스톤을 격려해 ISS로 들어가서 소유즈로 탈출하도록 유도한다. 이미 우주복 내 산소가 떨어져 이산화탄소 호흡으로 정신이 희미해지던 스톤은 ISS 안에 들어가 산소를 마시고 정신을 차린다. 이때 스톤이 우주복을 벗으며 짧은 웃옷과 바지 차림으로 웅크리고 가만히 떠 있는데, 마치 탯줄에 연결된 태아 같은 느낌을 준다. 이내 정신을 되찾은 후 ISS 내부를 돌아다니며 상황을 파악하면서 코왈스키와 다시 통신을 시도하지만, 이미 통신은 끊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슬퍼할 새도 없이 어딘가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스톤이 ISS 안에서 이동할 때 어떤 기기에서 전기로 인한 스파크가 일어나는 게 보였는데, 스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화재로 번진 것이다. 스톤은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려다 반동으로 밀려나가 벽에 뒤통수를 부딪히고 잠시 기절하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비상 탈출용 소유즈로 피난한다. 여기서 해치를 닫으려는데 소화기가 잠시 훼방을 놓지만 바로 끌어당겨 넣고 해치를 닫는다.
마침내 지구로 돌아가다
몇 번의 고비 끝에 소유즈의 다른 모듈들을 분리하고 지상 착륙용 역분사 로켓 엔진을 이용해 꽤 떨어진 중국 우주정거장 텐궁이 육안으로 보이는 위치까지 이동한 후 텐궁 옆을 지나는 순간 소유즈에서 긴급 탈출하여 소화기를 추진력으로 삼아 텐궁으로 접근한다. 소화기를 내뿜어 자세를 조절하지만 결국 소화기 약제가 떨어진 상태에서 궤도가 약간 빗나가 우주로 날아갈 위험에 처하는데, 그걸 소화기를 내던지는 반동으로 상쇄해 제대로 텐궁에 안착한다. 그러나 텐궁도 인공위성 잔해에 공격당한 영향으로 고도가 떨어져 곧 대기권에 진입하는 상황이었고, 스톤은 부리나케 귀환선 선저우에 들어가 지구로 돌아가려 한다. 이제 스톤은 선저우를 조종해야 하는데 조종 버튼이 당연하게도 중국어로 되어 있었다. 다행히 소유즈의 조종을 배운 기억을 되살리며 추측에 따라 스위치를 눌러 거주부를 분리하고 귀환선을 탄 채 지구로 귀환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귀환선은 지구의 한 호수에 떨어진다. 스톤은 선체로 물이 차는 바람에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익사할 뻔하나 겨우 선체 밖으로 나가게 되지만 이번엔 우주복의 질량으로 인해 몸이 떠오르지 않아서 똑 죽을 뻔한다. 우주복은 무중력 공간 내 균형을 위해 바닥이 무겁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수중에서 우주복을 모두 벗어낸 끝에 수면으로 올라간다. 스톤은 수면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대기권에서 불타는 인공위성의 잔해들을 바라보다가, 수면으로 올라간 후 천천히 배영을 하며 호 안에 닿는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다가 중력 때문에 주저앉고서는 기쁨의 웃음을 흘리고 다시 힘을 내 땅을 밟고 선 뒤 천천히 걸어 나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중력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곧 삶이다
이 영화를 처음 접하고 나서 느꼈던 경이로움과 감동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어떤 영화는 관림이 아니라 체험된다'라고 말하는 어떤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를, 그리고 갠지스 강에서 떠오르는 아름다운 태양의 광경을 바라보는 시각적 체험 등 정말 꼭 봐야 할 영화이다. 이 영화는 결코 SF 영화가 아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했을 뿐, 외계인도 우주전쟁도 나오지 않고 오직 재난을 당한 한 인간이 다시 역경을 극복하고 살아남는 이야기이다. 단 그 배경만 이 지구에서 벗어난 우주일 뿐이다. 이 영화가 명작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이유는 이 작품이 보여주는 은유와 서사, 그리고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을 빌어 근원적인 인간의 고독감과 외로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엔딩 장면의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는 스톤의 모습은 이제 그녀가 중력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더욱더 뭉클한 감동을 준다. 이 우주 공간은 너무나 드넓고, 헤어짐의 공간이기도 하고, 깊은 고독에 홀로 된다는 것을 이겨내야 하는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통해 우주를 유영하는 체험과 두 발로 버티고 제대로 살아가야 하는 게 삶이라고 전해주는 감동의 메시지는 우주만큼이나 거대하게 느껴진다. 압도적인 완성도와 은유와 철학의 서사, 아픔과 그 아픔을 극복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우주라는 공간으로 우리에게 선사해준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게 깊은 경의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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