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리플리
개봉: 2000.03.04(한국 개봉일 기준)
감독: 앤서니 밍겔라
출연: 맷 데이먼, 기네스 펠트로, 주드 로
거짓말의 시작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로, 낮에는 벨보이로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청년 토마스 리플리. 남의 말투, 필체를 기막히게 잘 흉내 내고 거짓말을 감쪽같이 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멋진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기회도 없고, 행운도 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어느 날, 팔을 다친 피아니스트를 대신하여 상류층 파티에서 연주를 하다가 선박 부호 허버트 리처드 그린리프의 눈에 띄는데 허버트 그린리프는 성실하고 믿음직해 보이는 리플리를 아들의 대학 동창으로 착각하고, 큰 보수를 줄 테니 이탈리아에서 제 멋대로 살고 있는 아들 디키 그린리프를 데려와 달라고 부탁한다. 리플리는 자기 처지로는 어림없는 이탈리아 여행을 할 수 있고 두둑한 보수까지 받을 수 있으니 그 제안을 받아들여 이탈리아로 떠나기로 한다. 출발 전에 디키의 정보를 수집하고 디키가 좋아하는 재즈 음반을 들으며 디키의 존재를 느낀다. 디키는 이탈리아 바닷가 마을에 집을 얻어 여자 친구 마지 셔우드와 매일 놀기만 하고 돈을 마구 쓰는 등 한량으로 지내고 있다. 리플리는 프린스턴 대학 동창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미리 조사한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디키에게 접근한다. 디키는 리플리가 재즈에 대해 무척 잘 아는 것을 보고 감탄하며 반가워한다. 디키는 물론이고 디키의 연인 마지와도 친해진 리플리. 처음에는 디키 아버지와의 약속대로 디키를 데려가려 했으나, 디키는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오히려 리플리에게 아버지가 보수로 준 돈으로 자기와 신나게 놀자고 한다. 리플리는 그들과 매일 유흥을 즐기면서 자신도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것처럼 착각에 빠진다. 평생 써도 바닥나지 않을 재산, 아름다운 여인, 달콤한 인생, 자유와 쾌락.
비극의 시작
하지만 디키는 자기중심적이고 변덕스러운 성격인 데다가, 리플리가 묘하게 자기에게 집착하는 것을 느끼고 리플리에게 싫증을 내기 시작한다. 디키 아버지에게 받은 돈도 점점 바닥나고, 디키의 아버지도 '자네를 보냈는데도 아들이 돌아올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하는 수 없지. 이탈리아 여행이 즐거웠길 바라네'라며 계약을 청산하자는 식의 편지를 보낸다. 그래도 리플리는 디키가 자기와 같이 있어 줄 것이라 기대하며 '네 아버지에게 돈을 더 보내달라고 하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디키는 이탈리아 중북부로 떠날 거라며, 이제 헤어져야 할 때이니 작별 겸 마지막으로 파티를 즐기자고 한다. 이에 리플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마지막 작별 전 디키와 단 둘이 보트를 타고 노는 시간을 갖는데 바다 한가운데 다다를 무렵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디키가 리플리의 자존심을 짓밟는 말을 계속 하자 리플리는 분노하여 보트의 노를 휘둘렀다가 디키에게 중상을 입힌다. 화가 난 디키가 달려들어 몸싸움이 벌어지자 리플리는 노를 들어 디키를 내려찍어 살해한다. 막상 디키가 죽자 리플리는 후회하며 시체를 끌어안고 있다가 보트에 바위를 담아 침몰시켜 시신을 유기한다.
디키로 살기 시작한 리플리
리플리는 일단 마지에게 가서 자기가 위조한 디키의 편지를 전해주고 로마로 가서 디키 행세를 하며 처음 이탈리아에 올 때 만났던 미국 섬유 부호의 딸 매러디스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과정에서 디키의 필체를 위조해 미국에 있는 디키 아버지에게 돈을 전달받아 디키 명의로 집까지 사고 상류층 생활을 누린다. 오페라 극장에 갔다가 마지와 피터와 마주쳐서 위기를 맞지만 마침 디키도 로마에서 지내고 있는 것처럼 꾸며서 빠져나간다. 하지만 디키의 절친인 프레디가 디키 명의로 된 집으로 디키를 찾아왔다가 디키는 없고 톰만 있는 것을 보고 의심하며 추궁하자 프레디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다. 이후 프레디의 시신이 발견되어 범행이 발각될 상황에 처하자 디키의 가짜 유서를 작성하여 남기고 러마에서 도망쳐 베니스로 피터를 찾아간다.
죄를 숨기기 위해 또 다른 죄를 저지르는 리플리
범행 자체나 범인으로서의 그 정체성이 불안정한 면이 있음에도, 결정적으로 리플리는 경찰에게 잡히지 않는다. 디키의 아버지조차 '내 아들은 그런 짓 저지르고도 남을 망나니였지'라고 생각하며 리플리에게 속아 넘어가서 리플리가 작성한 디키의 가짜 유언장대로 리플리에게 상당한 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까지 한다. 다만 마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리플리를 의심하다가 자신이 디키에게 선물로 준 반지를 리플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리플리가 디키를 죽였음을 직감한다. 막판에는 이성을 잃고 '네가 디키를 죽였어'라고 울부짖으며 화를 내지만 다른 사람들은 마지가 디키를 잃은 슬픔으로 예민하게 군다고 생각하며 마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다키 아버지 및 마지와 헤어진 뒤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피터와 유람선 여행을 떠났다가, 마침 같은 유람선에 탄 매러디스와 다시 만난다. 매러디스는 여전히 리플리를 디키로 알고 호감을 표시하는데, 공교롭게도 피터와 매러디스가 서로 아는 사이라서 두 사람이 마주쳐서 대화를 하게 되면 리플리의 정체가 들통날 판국이 된다. 그래서 리플리는 피터가 매러디스와 만나기 전에 피터를 죽인다. 피터는 디키나 프레디와는 다르게 리플리를 진심으로 대해준 좋은 친구이며, 앞으로 리플리와 연인으로 발전할 것 같은 기미가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피터를 죽임으로써 비록 경찰에게 붙잡히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자기 죄를 숨기기 위해 계속해서 다른 죄를 저질러야 한다는 암시를 남기며 영화는 끝이 난다.
무서운 리플리 증후군
현실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말은 소설을 비롯해 다수의 영화, 드라마, 연극 등의 모티브가 됐다. 이 영화의 캐스팅부터 먼저 살펴보자면 20년 전 영화이긴 하지만 지금도 유명한 맷 데이먼을 비롯해 기네스 펠트로, 주드 로, 케이트 블란쳇,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등 감탄만 나오는 좋은 배우들이 다수 나온다.
영화 자체로는 여러 가지로 무시무시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명연기도 무시무시하고 자칫 복잡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연출과 각본도 그렇다. 139분의 러닝타임이 절대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뿐만 아니라 러닝타임 내내 리플리의 심리를 해석하느라 기운이 빠지면서 기분이 가라앉고, 결말 이후 밀려오는 생각에 혼란스럽고, 행여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무섭고, 그러면서도 수작이라며 리뷰를 작성하는 지금 이 상황도 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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