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돈 룩 업(Don't look up)
개봉: 2021.12.24 넷플릭스 공개
감독: 애덤 맥케이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천문학 박사 과정생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새로운 혜성을 발견하고 기뻐한다. 지도 교수인 랜달 민디 박사도 처음에는 기뻐하며 축하해 주지만, 혜성의 궤도를 계산한 후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지구가 멸망하게 될 것을 알고 경악한다. 거리를 계산하는데 자꾸 0이 나오자 학생들을 돌려보내고 수차례 확인해 보지만 불행하게도 계산한 값은 맞았고, 두 사람이 나사에 이 사실을 알리자 나사의 지구방위 합동본부 부장 테디 오글소프 박사는 이를 백악관에 보고한다. 민디 박사와 케이트, 그리고 오글소프는 급히 백악관으로 불려 가지만, 몇 시간 동안이나 밖에서 대기하라는 말만 듣고 하염없이 기다린다. 마침내 이들은 오벌 오피스에 들어가 제이니 올린 대통령과 그 참모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나, 제이니는 곧 있을 선거와 대법관 지명 문제에만 정신이 팔려 민디와 케이트의 말에 신경 쓰지 않는다. 제이니의 아들이자 대통령 비서실장인 제이슨 올린은 한 술 더 떠서, 민디가 미시간 주립대학에 재직 중이라는 말을 듣고 하버드나 프린스턴 같은 명문대 교수도 아닌데 뭘 알겠냐는 식으로 비웃기까지 한다. 민디와 케이트는 자기들이라도 나서서 혜성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뉴욕 헤럴드에 이 사실을 보도하도록 촉구하고, 뉴욕 헤럴드 편집장의 권유로 더 데일리 립이라는 인기 아침 생방송 토크쇼에 출연한다. 하지만 토크쇼 진행자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상황을 가벼운 가십거리 정도로만 다루고, 화가 난 케이트가 생방송 중간에 화를 내며 나가버린다. 민디가 케이트를 위해 변명하며 상황을 무마하려 하자, 토크쇼 진행자 브리는 케이트는 별로지만 민디는 예능 감각이 있다는 식으로 호감을 표시하며 그 후로도 민디를 출연시킨다. 그리고 이 쇼로 인해 케이트의 분노는 대중적으로 엄청난 놀림거리가 된다.
정치에 이용되는 혜성
그러던 중 갑자기 대통령 제이니가 민디 박사와 케이트를 다시 불러들여 두 사람의 주장이 옳았다며 혜성 관련 대책을 세우자고 말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 쳐서 선거에서 패배하게 생기자 '지구를 대멸망의 위기에서 구한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이다. 민디와 케이트는 제이니가 못 미덥지만 지구를 구하기 위해 협조하기로 한다. 제이니는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고 있지만 핵폭탄을 실은 위성들을 발사하여 혜성의 궤도를 바꾸어 지구를 구하겠다는 긴급 발표를 하는데, 지구가 멸망하게 생긴 마당에 해군 함정을 타고 불꽃놀이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긴급 발표조차 쇼처럼 연출한다. 어쨌거나 베네딕트 드래스크 대령이 탑승한 우주선이 핵폭탄을 탑재한 약 20기의 위성을 이끌고 혜성을 향해 떠난다.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눈길이 쏠린 가운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유명 IT 및 우주기업 배쉬의 대표인 피터 이셔웰이 상황실로 들어와 할 이야기가 있다며 제이니를 데리고 나간다. 그러더니 갑자기 혜성 궤도를 수정하는 계획이 취소되어 우주선과 위성이 돌아오고, 국민이나 언론은 물론 상황실 안의 실무자들도 이유를 몰라 당황한다. 제이니가 소집한 회의에서 피터의 새로운 계획을 설명한다. 계획의 내용은 운석의 궤도를 바꾸는 게 아니라 30개의 작은 운석으로 분할하여 지구에 연착륙시킨 후 자원을 갈취하자는 것.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반드시 필요한 희토류를 중국이 독점하고 있어서 곤란한데, 혜성에 엄청난 양의 희토류 및 다른 금속들이 매장되어 있다는 게 밝혀졌다고 한다. 그러니 혜성이 지구를 피해 가도록 궤도를 바꿀 게 아니라 피터의 회사에서 제작한 드론을 혜성에 보내 착륙시킨 후 정밀한 양자 폭탄으로 혜성을 30조각으로 나누어 지구로 떨어뜨리면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디 박사는 모두 죽으면 돈이 무슨 소용이냐며 도박과도 같은 피터의 계획에 반대하지만, 제이니와 제이슨이 피터를 적극 지지하여 피터의 계획대로 하기로 결정 난다.
새로운 계획은 일단 극비에 부쳐지지만 케이트가 식당에서 민디에게 설명을 듣다가 분노하여 소리를 지르면서 식당 손님들이 피터의 계획을 알게 된다. 흥분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케이트는 국가기밀 누설 및 폭동 선동 혐의로 FBI에 체포되었다가 다시는 언론에 정부의 계획에 대해 언급 안 한다는 조건으로 풀려난다. 정부에 찍혀 학계에서 일할 수 없게 되어 시골 마트의 계산원으로 일하게 되는데, 술을 훔치러 온 청소년들을 못 본 척하고 보낸다. 그 무리 중 한 명인 율이 인터넷에서 본 케이트의 얼굴을 알아보고 관심을 보이면서 두 사람은 연인 사이가 된다.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종말
민디는 백악관 과학 수석 고문이 되어 제이니를 보좌하게 된다. 자기라도 백악관에 있어야 제이니와 참모들이 대참사를 일으키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과학 수석 고문 직위를 받아들였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계획을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다가 더 데일리 립의 진행자 브리와 바람까지 피우게 되고, 눈치를 채고 찾아온 아내는 민디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떠난다. 하지만 피터의 계획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이 정부에서 밀려났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지구의 운명을 건 계획에 너무 사업가처럼 접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가 자존심이 상한 피터에게 엄청난 모욕을 당한다. 민디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더 데일리 립에서 흥분하여 정부 계획이 얼마나 무모하고 황당한지 얘기했다가 브리에게 차이고, 케이트처럼 FBI에 체포되었다가 풀려난다. 차를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가다가 지구에 접근해서 육안으로도 볼 수 있게 된 혜성을 발견하고 차밖으로 나간다. 다른 운전자들은 민디가 차를 도로에 세워놓은 탓에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경적을 울리며 항의하지만 민디가 하늘을 가리키며 혜성을 보라고 하자 모두 차에서 나와 혜성을 보며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느낀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혜성의 존재와 위험을 인정하는 look up 패거리와 정보의 프로파간다에 넘어가 혜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혜성의 상업적 가치를 이용하는 것에 찬성하는 don't look up 패거리로 갈라져 온라인 상에서 키보드 배틀을 벌이고 오프라인 상에서도 서로 시위를 벌이며 싸워댄다. 한편 국제사회는 제이니가 이끄는 미국을 더이상 믿을 수가 없어 따로 대책을 세운다. 제이니는 혜성에 매장된 광물 소유권을 독점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 인도를 혜성 관련 대책에서 배제했다. 그러자 이 나라들이 연합하여 행성 궤도 변경을 위한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했으나 발사 기지에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실패한다. 이제 남은 건 피터의 계획뿐이라 look up 패거리는 좋든 싫든 피터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빌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드론을 혜성으로 발사하는 운명의 날에, 민디는 케이트 및 율을 데리고 집으로 가서 아내에게 용서를 빌고 가족 및 친구들과 최후의 만찬이 될지도 모르는 식사를 함께 한다. 한편 배쉬의 우주관제실에는 피터는 물론 제이니와 제이슨 모자까지 동석해 발사를 지켜본다. 그러나 시작부터 드론을 탑재한 로켓들이 서로 충돌해 공중에서 폭발하는가 하면, 정작 운석에 도달한 드론들도 오작동을 하는 등 사고가 벌어지더니 끝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제이니는 만일을 대비해 마련해놓은 지구 탈출용 우주선에 탑승하기 위해 전용 헬기를 타고 가면서, 민디에게 전화해 아내든 브린이든 한 명만 데리고 우주선이 출발하는 곳으로 오라고 제안하지만 민디는 거절한다. 지구가 멸망할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종말을 받아들인다. 마지막까지 자기 업무에 충실하거나, 하늘을 지나가는 혜성에 대고 총을 쏴대거나, 바닷가에 모여 지구의 최후를 바라보거나, 아기를 마지막으로 목욕시키거나, 동료와 술을 마시거나. 민디 박사는 아내, 두 아들, 케이트, 율, 테디 박사와 함께 소소한 대화를 하고 식사를 하며 마지막 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씁쓸한 블랙코미디 종말 영화
이 영화는 2020년 이후 종말은 종말 그 자체로만 존재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정보의 바다, 모든 언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발화되는 정치의 세계, 돈이 가장 큰 가치가 되는 극심한 자본주의, 학벌에 따라 달라지는 발화의 무게, 모든 것이 콘텐츠화되는 콘텐츠의 세계, 자극과 재미만을 좇는 미디어, 그것들이 얽혀 만든 무수한 변화의 갈래. 이것이 종말을 둘러싼 겹겹의 옷가지다. 글자로만 보면 온갖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모든 현대 사회의 특성은 의식하지도 못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스며들어 있다. 지구를 파괴할 혜성을 발견했음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으로 인해 신뢰받지 못하는 케이트와 민디, 그 사실을 정치 또는 경제적으로 이용하려는 미국 대통령과 세계 1위 기업의 경영주, 혜성 발견의 진위를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가십을 만들어내는 SNS. 기어이 혜성을 직시하라는 패거리와 그 말을 믿지 말라는 패거리가 나뉜 모습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영화는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을 살려 불편한 진실을 가능한 한 가볍게 제시하고, 우리의 모습을 제 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게끔 만든다. 영화 속 묘사는 너무 사실적이어서 현실에서 똑같은 상황이 주어졌을 때 다른 선택지를 떠올리기 힘들다. 현실보다도 더 사실적인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 모습을 직시하니 비관적인 전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감히 판단하건대, 인간이라는 종은 종말을 막는 브레이크를 당길 수 없게 된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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